슈퍼맨이었던 사나이

Etc 2008. 1. 21. 09:31 |




겨울날 지난주 금요일에서 토요일로 넘어간 새벽 2시...

철산역에서 술을 빨다가 집에 가려는데 한 아저씨가 건물 옆에서 술에 취해 자고 있는 걸 보았다.


한참 추웠던 날인지라 저 아저씨 얼어죽을 텐데... 하면서 발걸음을 한 10미터 즈음 옮기다가 문득 뒤를 돌아보니 다른 행인들도 나처럼 그냥 지나치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내가 생각한 것처럼 귀찮고, 술취한 행인과 실랑이 하다가 괜히 말리기 싫고 그런거였겠지...



분명 다른 사람들을 보고 있는데 왜 내 모습이 비춰지는 걸까...



다시 다가가 흔들어 깨우니 역시나 이 아저씨 나보고 저리 가라면서 소리 한번 질러주시고 혼자 일어나서 걸어 가시다 몇 발자국 못걷고 "쿵" 소리와 함께 또 일어날 줄을 모르신다.
깜짝 놀라 내가 또 괜한 짓 했나 싶어 흔들어 깨우니 얼굴에서 피를 질질 흘리시면서도 나보고 또 저리 가라 하신다.


안되겠다 싶어 결국 119하고 112에 전화를 걸어 사람이 와서 치료하는 것을 보고 집에 돌아왔다.


내가 그러지 않았으면 얼굴은 멀쩡했어도 얼어죽었을 거라 자위하며 집에는 왔지만 괜히 좀 찜찜하네...

슈퍼맨도 아무나 하는건 아닌거 같다...




새벽에 술마시고 실랑이 하며 싸돌아다녔더니 월요일 아침까지 목이 아픈게 살짜쿵 감기 기운이 생겼나보다.
헬스장 가서 땀 좀 빼야겠군...




Posted by 미나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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