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떠나간 사람들...

Etc 2013. 2. 18. 18:41 |


1.




처음부터 각각 제목을 적어놓고 시작했었죠.



글을 미리 다 써놓았던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구상은 잡아놓고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글 쓰는 속도가 빨랐던 이유이기도 하죠)



마무리인 이 글 까지도 말입니다.




다만, 원래 적으려 했던 스케일폼 분야는 빼버렸습니다.



지금 보고 계신 이 블로그 자체가 스케일폼 블로그이며, 이미 많이 한 이야기인데 다시 거론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어찌보면, 맨날 스케일폼 글만 쓰려니 너무 지겨워져서 변덕을 부린 이번 기획이 더 이상했던 거지요



대신 깜빡하고 빼먹었던 "모션"을 넣어서 어찌어찌 열개의 글을 완성했지요.




그것말고도 사소한 오타나 문맥적으로 반복된 어휘들을 추후에 수정하기도 했습니다만... 어쨌든 처음의 구상에서 크게 달라진 것 없이 글을 이어왔습니다.








2.




지난 금요일,



업계의 형, 친구, 동생 몇명을 만나 술잔을 나눴습니다.

(사진을 올릴까 했는데, 사진을 찍은 연로한 형님께서 잃어버렸답니다...ㅡㅡ;;)


이러닝에서 일하는 형, 안드로이드로 간 형, 요즘 한참 잘나가는 게임을 만들고 있는 친구와 동생들이 있었죠...


그 자리에서 마지막 글의 스포일러를 발설했습니다.



사실 그때 발설했던, 원래의 글에는 이런 잡설이 없었습니다.



업계에서 어느정도 이름을 알리며 활동하던 형, 누나, 친구, 동생들의 근황을 적어놓으려 했었죠.


논픽션 영화의 마무리 처럼 담담하게 말입니다...




동갑내기 친구 놈들 몇명만 예를 들어보면 이렇게요.




에비츄맨


N사에서 마지막까지 남아 있다 도망쳐 나온 에비츄맨은 작은 게임 회사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얼마전 그 회사가 디즈니에 팔려버렸으니, 이제 양키 개발자라고 불러야 할 것 같습니다.



보헤


어도비 코리아에서 모바일을 담당했던 보헤는 직업을 바꿔 맛집 블로거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다만 가끔씩 취미로 S사에서 핸드폰을 만든다는 얘기가 전해집니다.



대찬


D사에 있던 대찬이는 한집의 가장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농구게임을 만드는 회사에 있는데, 제가 졸라도 캐쉬는 안줍니다.





뭐, 이렇게 적당히 개그를 섞어 적는 식으로 "그래도 우리는 살아간다" 라는 메세지를 전할까 했지만...



다음날 숙취에서 깨고 나니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주위에는 잘 된 친구들도 있고, 그렇지 않은 친구들도 있습니다.

그 이유가 작금의 플래시 시장 때문이건, 다른 이유 때문이건 말이죠...



잘 안된 친구들 얘기도 사실 그대로 적어야 하나, 아니면 그냥 빼야 하나...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근황공개를 원치 않는 사람들에게는 신상털기가 될 수도 있고요.





결국 준비했던 짤방 몇개도 다 지워버렸고, 제목도 빼버렸습니다.



그래서 이런 식의 잡설로 바꿔 버렸네요.






3.





다 다른 분야라고는 하지만,

플생인들의 관점으로만 글을 적어나갔기에, 오히려 글을 적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모두 이 시장이 어떻게 되었는지 잘 알고 있잖아요.



이미 다 알고 있는 똑같은 과정과 똑같은 결론을, 열개의 글에 걸쳐 똑같지 않게 적으려니...


이것처럼 힘든게 없더군요.




미디어 인터랙티브는 조금 다른 분야라 괜찮은 편이었지만,

그전의 AIR 편에서는 제가 봐도 매우 매우 실망스러운 글이 나왔습니다.


(그렇다고 지금 고칠 생각은 없답니다. 모두 다 태워버렸어요...)





그런데 웃긴건요.



가장 많은 조회수와 페북 덧글이 있었던 녀석이 바로 AIR 글이였습니다.



전문적인 작가도 아니고, 파워블로거도 아니여서 일까요?



글이란게 참 어렵습니다.






4.




이번 글들이 다른 글들에 비해 더 인기를 끌었던 이유는 아마도...

(기술 블로그라는건 참으로 인기가 없는 곳입니다.)



사람들이 보고 싶었던 글을 적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작년 한해 동안 매일같이 터져나왔던 안좋은 이야기들...


거기에 대항하는 몇몇 선배들의 글들...




지금은 아예 그런 글도 별로 없습니다. 스팸만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지요.




라운드를 마친 상처뿐인 복서에게 아마도 힐링이 필요했던 것이겠죠...








5. 그리고 떠나간 사람들...




저보고 앞으로 무얼 해야할지, 전망은 어떨지 알려달라는 분들이 있습니다.



앞선 글들을 통해 이미 따뜻하게 말씀드린 듯 하니, 이번에는 냉정하게 말씀드려야 할 때가 온 거 같습니다.






여러분이 말하는 고수들 중에는 말이죠...




플래시로 생계를 이어가던 사람들은 없습니다.




기대와는 다른가요? 하지만 맞습니다.


단지 한때 돈벌기가 가장 쉬웠던 플래시산업을 그 기간 동안만 이용한 사람들이 있을 뿐이지요.


그들은 플래시에 목을 메던 사람들이 아닙니다. 플래시를 이용하던 사람들이죠.




그리고 이미 말했지만, 여전히 플래시 사업으로 돈 버는 사람들은 돈을 잘 법니다.




여러분이 그 어느 쪽에도 속하지 못하고 계시다면, 아마도 이 글이 도움 될겁니다

http://chulin28ho.egloos.com/5719779






아니면 간단하게 말씀드릴까요?



저조차도 사는게 너무 힘듭니다.






영원한 것은 없다지요.



영원할 것 같던 MS도 구글, 페이스북, 애플에 밀리는 형편인데 무슨 생각들을 하시는 겁니까?




물론 선배들은 플래시의 화려했던 시절을 잘만나 돈을 잘 벌었습니다.


저도 그 중의 하나일 뿐이고요...



이제 그런 눈 먼돈의 시기가 사라졌을 뿐입니다. 어찌 보면 제자리를 찾아간 거지요...




마침 이런 시기에 시장을 접하였으니... 세상이 너무나 불공평한 것 같으신가요?




설마 아직 어린 아이는 아니시겠죠?



세상은 매우매우 불공평합니다. 그리고 매우매우 불확실 하지요.





저보고 전망을 말해달라고요?




모바일 시장으로 인해 쫒기듯 밀려났던 플래시 개발자들이었습니다.


그들이 몇개월 지나지도 않아서 모바일 게임으로 대한민국을 지배해버릴지 그 누가 알았을까요?





농담이시겠죠?



저에게는 통찰력이 없습니다.

그저 가지고 있는건 기억력일 뿐이고, 그걸 가지고 이런 글을 쓴겁니다.



만약 그런 능력이 있었다면 플래시 게임분야에 뛰어들었을 겁니다.







6. 



힐링을 한다고 해놓고선, 성격이 나와 버렸네요.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중에 동생 하나가 페이스북으로 말을 걸어서 저보고 직설화법이라고 하고 있네요.


사실 그게 제 성격 맞습니다. 저랑 같이 생활해본 후임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죠.



고치려고 해도 잘 안되네요... 사는게 힘들다 보니 더욱 시니컬해질 뿐이죠.






그럼 이만 추억팔이를 마무리 하겠습니다.





Posted by 미나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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